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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동조합운동의 과제와 방향

금속노조연구원   |  
금속노동조합운동의 과제와 방향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


1. 금속노동조합운동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민주노조운동, 특히 금속노동조합운동은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의 기본권 쟁취와 사회개혁의 주체세력으로서 선도적 활동을 수행해왔다. 사회경제의 신자유주의화와 보수주의적 정치체제라는 어려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금속노동조합은 앞으로도 이러한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전노협, 금속연맹, 금속노조로 이어지는 역사적 전개과정에서 금속노동조합운동은 산별노조의 기본틀을 구축하기 위해서 지난한 노력을 기울였다. 2006년 완성차업체들을 비롯한 대규모 조직전환이 이루어지면서 15만의 금속노조가 단일조직으로서의 면모를 비로소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조직 및 교섭체계의 불완전성과 산하 사업장의 특성의 차이로 인해 노동조건, 조직수준, 교섭력, 일상활동 등에서 일체감을 완전히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기존 조직간 갈등과 불안요인 외에, 금속노조가 지향해야 할 산별노조의 비전과 전망을 조합원은 물론, 대사회적으로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 올바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계급적 단결의 원칙에 근거하여 노동자 내부의 차별과 분열을 조장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 한다.


2. 금속노동조합운동은 어떤 문제에 봉착하고 있는가?


15만 금속노조의 출범이 곧 산별노조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금속노조는 산별노조라는 역사적 과제를 짊어지고 장정의 길에 서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가 보다 완성된 형태의 산별노조로 발돋음하기 위해서는 조직내외적으로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산별노조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본과 정권에 대한 투쟁과 함께,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체적 노력이 요구된다.


1) 운동노선의 혼란과 정파갈등의 심화

‘민주노조운동’의 깃발을 들고 출발한 금속노동조합의 운동노선은 90년대 이후 정권과 자본에 대한 비타협적 투쟁을 특징으로 하는 ‘전투적 조합주의’로 상징화된다. 하지만 이러한 조합노선은 행태적 특성을 표현하고 있을 뿐, 노동조합운동의 가치와 지향을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 노조운동의 경험과 역사를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구조환경적 조건과 주체적 요인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운동노선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금속노조는 조합원들의 정치사회적 의식을 고양시킬 수 있는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 정파간의 생산적인 논의조차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금속노조의 중추역할을 맡고 있는 활동가그룹은 조합원대중과 금속노조의 유기적 매개체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집행권력을 잡기 위한 선거조직으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2) 대기업 정규직 조직노동자의 기업중심주의

산별노조로의 조직전환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조합원대중과 활동가들은 단위사업장위주의 활동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소속사업장 정규직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에 둔 조직, 교섭 및 활동에 집중함으로써, 임금과 노동조건의 개선 등으로 대표되는 경제적 실리주의에 매몰되고 있다. 산별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계속 증폭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대기업의 조합원과 활동가들이 기업중심주의를 진정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반문해보아야 한다. 산별전환이 기업별노조의 활동과 기업중심주의적 의식을 저절로 해소시켜주는 것이 아니다. 산별노조활동에 대한 대기업 조합원의 지속적인 소통과 참여 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일상적인 노동생활 속에서 재생산되는 기업중심주의적 사고방식을 바꿀 수 없다.

3) 노동자간 격차 심화와 조직화의 한계

금속노조가 포괄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다양한 업종에 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속사업장과 고용형태의 특성에 따라 상이한 노동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의 분화현상은 노동시장의 분절적 구조와 노동의 유연화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간 격차를 해소하고 노동조건 및 임금의 보편적 균등화를 추구하기 위해서 산별노조를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산별노조가 단순히 기존의 기업별 노조를 큰 조직으로 묶어내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면,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조직화전략이 필요하다. 대기업은 물론, 미조직 및 중소사업장의 노동자에 대한 조직화가 진전되지 못하면 금속노조의 조직대표성문제는 해결하기 힘들 것이다.

4) 사회적 위상 약화와 고립화

금속노조운동은 과거 권위주의정권과 독점자본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향상과 사회개혁을 위한 주체로서 지난한 투쟁을 전개하여 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금속노조운동은 민주노조운동의 주도세력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보수언론의 공세와 함께, 노동조합의 수동적 방어전략으로 인해 사회적 인식은 금속노조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왔다. 특히 대기업 노동조합의 경제적 실리주의경향과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불명확한 태도가 이러한 사회적 여론의 변화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흔히 사회적 고립으로 언급되는 노동운동의 사회적 위상약화는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연관되어 있다. 경제체계의 신자유주의화와 정치지형의 보수화라는 구조환경적 조건의 압박을 극복하기 위해서 사회적 위상과 역할의 복원은 금속노조에게 시급한 과제이다.


3. 금속노동조합운동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로 인해 금속노동자와 금속노조는 현재 ‘조직적 분열’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외적 도전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내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1) 조직적 단결을 위한 소통전략

자본과 권력은 노동조합운동의 관심이 내부자의 경제적 이익추구에 매몰되도록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동자간 분리를 조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운동은 기업에 따라, 업종에 따라, 직종에 따라 발생하고 있는 조그만 차이를 넘어서지 못하고 조직적 이완과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조직적 분열은 조직형태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조내부 구성원간의 인식과 경험의 분리를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개인은 물론, 지회, 지부 그리고 본조가 쌍방소통의 자세를 가지고 서로간의 불신과 단절을 넘어서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일상활동 뿐만 아니라, 조직화와 교섭과정에서 이러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금속노조는 내부이견과 존재갈등을 해소하고 조직적 단결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2) 사회적 인정을 위한 연대전략

조직적 단결을 위한 소통전략과 함께, 금속노조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위상과 역할을 복원하기 위한 연대전략이다. 노동조합운동이 계급적 대표성을 가지고 사회개혁의 주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정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여타 사회계층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이데올로기적 지형과 보수언론의 영향으로 인해 노동조합운동의 사회적 고립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만의 탓으로 이 문제를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적 요인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인정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조합운동이 시민사회영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조직노동자의 단결을 넘어 노동자대중의 응집력을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를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계층과의 연대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사회적 주체’로서 금속노동조합운동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직적 단결을 위한 소통전략과 사회적 인정을 위한 연대전략을 통해 금속노조운동은 사회적 주체로서 그 역할과 위상을 복원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금속노조는 노동운동의 변화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정규직/경제적 이해/대기업 중심의 활동에 대한 냉정한 반성을 통해 수많은 노동소외계층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위상을 제고시켜야 한다. 또한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사회정치적 의제에 대한 개입력을 높여가는 노동운동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과 사회에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노동운동으로 거듭 나야 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사회적 노동운동은 내부적으로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소통을 통해 일체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한국사회에 소외받고 있는 사회계층과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정책연구원  metalthink.r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