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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이 살기 힘든 도시, 시흥

공계진/사단법인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금속노조연구원   |  

필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시화노동정책연구소에서는 매년 시흥시 임금노동자 및 비정규직 현황을 조사분석한다. 2018년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9월 중으로 ‘2018년 시흥시 임금노동자 및 비정규직 현황’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이 연구보고서는 2017년 10월 통계청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2018년 6월에 원자료를 공개한 2017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를 활용하여 작성된다.

 

2013년 이후 조사한 결과한 따르면 2014년에 4천여명이 감소하기도 했지만 시흥시 임금노동자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2017년에는 193,079명에 이른다. 동 기간 노동시간은 꾸준히 감소하여 2016년에는 42.5시간으로 줄어들기도 했지만 2017년 하반기 시흥시 임금노동자들의 주당 평균노동시간은 44.8시간으로, 전년보다 주당 근무시간이 2시간 이상 증가하여 전국평균노동시간에 비해 2.7시간이나 길어졌다.

2013년 이후 임금도 꾸준히 상승하였다. 그런데 2017년 하반기 시흥시 임금노동자들의 월평균임금은 226.5만원으로 2016년 218.8만원보다 약 8만원 가량 인상되었지만 전국평균 246만원에 비해 20만원 적다. 즉, 전국평균보다 2.7시간을 더 일하지만 임금은 전국평균보다 20만원이나 적은 것이다. 전형적인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경기도 내에서 시흥시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은 31개 시도 중 23위에 해당한다. 2016년의 22위보다 한 계단 내려갔다. 인접시인 안산시가 26위라는 것에 위안을 삼을 수 있으나 안산시를 제외하고 시흥시 밑에 있는 시군은 여주시, 의정부시, 양주시, 연천군, 동두천시, 포천시, 가평군 등 대부분 농촌지역들이다.

 

이 통계수치가 말해주고 있는 것은 시흥시에서 거의 20만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지만 그 노동자들에게 시흥시는 살기 힘든 도시라는 것이다. 남들보다 더 오래 일하지만 임금은 평균 226.5만원에 불과해서 원룸 등 주거환경이 안좋은 곳에서 살아야 하고,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다니는 사업장이 영세하고, 미래전망이 불투명하여 늘 불안하다.

 

필자가 여기 적은 것들은 필자의 주관에 의해 만들어진 수치가 아니다. 국가기관인 통계청이 시흥시 15세 이상 인구 2,364명을 조사하고 그 중 1,111명이 응답한 자료를 갖고 과학적으로 분석한 글이다.

이를 통해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중소영세사업장이 밀집해 있는 시화공단 소재지인 시흥시 노동자들은 여전히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속노조가 ‘노동자들이 살기 힘든 도시’ 시흥이라는 곳에 관심을 갖고, 거기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위한 사업에 더 나서라는 것이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금속노조는 마인드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노조가 없는 곳에 노조를 만드는 그런 ‘기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지금 매우 힘들다’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선 노조건설 후 후 지원이 아니라 ‘선 지원 후 노조건설’이라는 사업마인드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영세사업장 밀집 도시인 지방정부(대표적으로는 시흥시)의 정책에 개입하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예를들면, 노동정책과를 신설하고 시흥시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라고 시흥시를 압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50% 수준이며 파견업체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정치놀음에 빠져 비정규직지원센터 설립을 외면하는 시흥시를 상대로 비정규직지원센터 설립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시흥갯벌은 돌아다니지만 12~3만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화공단에는 국가산단이란 이유로 발길조차 주지 않는 시흥시 공무원들에게 시흥갯벌 가듯 공단에 가고, 그것을 바탕으로 시화공단을 부가가치를 많이 생산하는 곳, 그래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주고, 질좋은 고용도 창출하는 곳으로 만들라, 그래서 시흥시를 ‘노동자들이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투쟁할 필요가 있다.

 

금속노조가 여전히 ‘선 노조건설 후 지원’의 사업마인드를 유지하며 지방정부(시흥시)의 정책에 개입하지 않을 경우 노조는 만들어지지 않은 채 노동자들의 장시간노동/저임금은 지속될 것이다. 또한 ‘노동자들이 살기 힘든 도시, 시흥’도 지속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