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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장기침체에 대비해야

노광표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금속노조연구원   |  

예측은 언제나 빗나간다. 낙관적인 전망은 특히 그렇다. 상반기를 지나면서 잦아들 것 같았던 ‘코로나19’의 확산이 심상치 않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6월 25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 누적 확진자수는 956만1282명이고 사망자는 48만5632명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맹위를 떨치더니 이제 인도와 남미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사정은 낫지만 우리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확진자수가 4월 말 한자리 수로 떨어지면서 생활 방역으로 전환했는데 5월 연휴이후 다시 50여명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수도권에 한정되었던 집단감염이 전국으로 퍼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도 5월 황금연휴 때 코로나19가 확산했듯 7∼8월 휴가철에도 감염위험이 높아질 것이라 경고한다.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종식을 말하는 것은 거짓이다. 하반기에는 경제 상황이 브이자로 반등할 수 있다는 예측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코로나 방역은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으로 들어섰다. 코로나 극복 이후의 세상을 말할 때가 아니라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하는 현실을 직시할 때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핵심이고 그 바탕은 경제이다. 코로나 위기 대책으로 전 세계가 봉쇄와 경제활동 재개를 반복하는 진퇴양난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기구들은 세계경제의 장기침체를 경고한다. 세계은행은 지난 6월 9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Prospects)’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 1월(2.5%)보다 7.7%P 낮춘 –5.2%로 전망했다. 한국 등 신흥·개도국은 –2.5%, 선진국은 –7.0% 하락이다. 2차 세계대전이후 최악의 불황이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3배가량 가파른 경기침체가 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6월 22일 G20(주요 경제 20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개월 만에 하향 조정하여 –4.6%로 발표하였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타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은 한국 전망치가 -0.5%로 변동이 없었고, 2021년 연간 성장률 전망치도 2.8%로 상향 조정되었다는 점이다.

 

세계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한국경제의 앞날도 잿빛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한계가 노정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6월1∼20일 잠정 수출액은 250억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7.5%(20.4억 달러) 감소했는데, 작년보다 1.5일 많은 조업일수 차이를 반영한 1일 평균 수출액 감소율은 16.2%였다. 조업일수를 고려하지 않으면 승용차(-36.7%), 석유제품(-40.9%), 가전제품(-14.9%) 등의 수출이 부진했고 선박(35.5%)과 무선통신기기(10.9%), 반도체(2.6%)는 증가했다. 산업연구원이 6월 22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작년보다 0.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것도 코로나19가 재확산 없이 현 상태에서 종식되는 상황을 전제한 것이다. 향후 세계경제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특징으로 한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이슈, 미국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 등으로 미·중간 무역 갈등이 재점화하는 추세여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수출시장 불확실성이 심화할 것이다.

 

이렇듯 노동조합을 둘러싼 외부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경쟁력이 취약했던 기업들은 생존 위기로 내몰리고 있으며,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감축이 현실화되고 있다. 고용유지금이 아직까지는 해고 방지를 위한 버팀 몫이 되고 있으나 9월 이후부터 고용조정이 가시화될 것이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상황에 맞선 노동조합의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첫째, 경기 침체 장기화에 조응하는 노동의 개입 전략 강화이다. 경제 불황의 영향은 업종, 고용형태, 기업 규모별로 그 파장이 다르다. 코로나19가 기회가 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기업도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위기의 극복을 위해서는 산업과 지역 차원의 산업·고용전략이 마련되고 함께 실행되어야 한다. 해고 금지와 노동시간 단축, 사회안전망 확충 과제를 사회 의제로 전면화하고 관철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는 투쟁만큼이나 사회적 대화를 통한 제도 개편이 관건적이다.

 

둘째, 노동연대 전략의 추구이다. 코로나19는 불평등을 더 심화할 것이다. 로버트 라이시교수는 코로나19로 미국 사회에 새로운 4개 계급의 출현을 예상했다. 첫 번째 계급은 ‘원격 근무가 가능한 노동자’들로 전문·관리·기술 인력이다. 두 번째 계급은 ‘필수적 일을 해내는 노동자’로 의사·간호사, 재택 간호·육아 노동자, 농장노동자, 음식 배달(공급)자, 트럭 운전기사, 창고·운수 노동자, 위생 관련 노동자, 경찰관·소방관·군인 등이다. 이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았지만 감염 위험 부담이 뒤따른다. 세 번째 계급은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다. 소매점·식당 등에서 일하거나 제조업체 직원들로 코로나19 위기로 무급휴가를 떠났거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을 가리킨다. 마지막 계급은 ‘잊혀진 노동자’들이다. 이를테면 교도소나 이민자 수용소, 이주민 농장 노동자 캠프, 노숙인 시설 등에 있는 사람들이다. 코로나 이후 미국의 노동계급 불평등 구조를 설명하고 있는데, 한국 상황도 엇비슷하다. 코로나19는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확대한다.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한 노동계급 내 연대 전략의 실현이 절박하다. 연대임금전략은 노동계의 오래된 주장과 구호였지만 실현되지 못한 과제이다. 노동조합은 이제 모든 관성과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코로나19의 교훈은 “공공성, 연대, 지역, 환경”의 재조명이다. 전체 노동자를 살리고 사회 개혁을 촉진할 수 있는 과감한 결단과 실천이 요구되는 때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