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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전위원장들의 대통령 못된 이유

공계진/시화노동정책연구소
금속노조연구원   |  

브라질 금속노조 전위원장인 룰라가 다시 브라질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룰라의 대통령 당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즉, 2003년 대통령에 처음 당선되어 2010년까지 연임하였으니 룰라의 당선은 이번이 3번째이다. 아시다시피 룰라는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도 잘려본 가난한 금속노동자 출신이다. 그런 그가 어용노조를 민주화시키고, 브라질 노동자당을 창당하더니 그 힘으로 대통령에 3번이나 당선되었다.


우리 금속노조에는 가난한 노동자로 공장에 들어가 산재로 손가락 날리고, 처절한 어용노조 민주화투쟁으로 노조 민주화시키고, 그 힘으로 민주노총 건설과 민주노동당 창당에 일익을 담당했던 전노조위원장들이 많지만 브라질과는 달리 전위원장들 중에는 대통령 당선은커녕 출마조차 한 사람이 없다. 금속노조 전신 금속산업연맹 단병호 초대위원장이 민주노동당 의원을 한 적은 있었지만 그도 거기까지였다. 단병호 전위원장은 의원 생활 후 더 이상의 도전을 멈추고 비정치인으로 돌아갔다. 2001년 금속노조 창립 후 지금까지 이승필을 시작으로 김창한, 정갑득, 박유기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인물들이 금속노조 위원장을 했지만 그들 모두 공장으로 돌아갔다. 만도의 패배 후 공장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김창한 전위원장이 모 진보정당의 대표를 역임한 적이 있었지만 그도 거기까지. 그도 대통령에 도전하지는 않았다. 즉, 그들 모두 위원장을 그만둔 뒤 공장으로 복귀, 현장노동자로서 사는데 만족하였다. 


그럼 우리의 전위원장들은 왜 대통령에 당선되겠다는 꿈조차 꾸지 못하고, 아니면 꿈을 포기하고 자신의 노동운동가로서의 삶을 마감했거나 하고 있을까?


겸손해서 포기? 필자가 접한 또는 파악한 금속노조 전위원장들 중 겸손한 사람은 없었다. 때문에 겸손해서 대통령 꿈을 갖지 못했고, 그래서 그들이 대통령에 출마조차 안한 것은 아닌듯하다. 

객관적 상황의 열악으로 포기?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자에 대한 시각이 일천하고, 남북분단, 강력한 보수의 존재와 탄압 등으로 노동자가 대통령으로 출마하기도, 출마해도 되기 힘든 객관적 조건이 있어서 전위원장들이 출마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일까? 그러나 객관적 상황은 우리 남한보다 브라질이 더 열악하기 때문에 브라질과 비교시 객관적 상황의 열악함이란 핑계는 역으로 ‘객관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즉, 이 때문에 그들이 대통령출마를 포기하고 그래서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고 보긴 힘들다.


필자가 보기엔 우리 금속노조의 전위원장들이 대통령 출마를 포기,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진짜 이유는 위원장출신들이 노동(조합)운동의 목표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강령에는 노동해방이 명시되어 있고, 민주노총의 주요 목표로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적시하고 있다. 즉, 이것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통해 노동해방(세상바꾸기)을 이룩하겠다는 노동자들의 의지 표명이자, 노동운동 목표의 분명한 제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적어도 민주노총(산하조직, 가맹산별노조)의 간부라면 현직이든, 전직이든 상관없이 민주노총의 목표 실현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전위원장들이 현장으로 돌아가 일을 하는 것이 미담이 될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현장으로 돌아갔다. 물론 현장에 돌아가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하였다면 대통령 선거에 출마조차 못한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가능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우리의 위원장들은 그러지 않았다.


기껏하는 변명은 <정의당 등> 진보정당들이 소위 ‘맛탱이’가 가서, 또는 <진보정당의 분열> 등으로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전위원장들이 할 말은 아니다. 지적대로 정의당의 경우 계급성 약화 행보를 걸어왔고, 진보정당들이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등으로 분열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들(남) 탓만 하며 노동(조합)운동의 주요 목표를 방기하는 것은 지도자로서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진보정당운동의 경로이탈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심각하게 이야기하며 진보정당운동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고, 그 열차에 올라타서 바르게 이끌어야 하는 게 전위원장들이 할 일이었지만 전위원장들은 열차의 궤도 이탈을 방기하고 탈출, 결국 자신의 간부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브라질과는 달리 우리의 전위원장들은 대통령은커녕 출마조차도 못한 채 자신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큰 뜻을 품고 뛰어들었던 노동(조합)운동가로서의 삶을 마감했거나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룰라와 브라질노동자당이 소위 ‘맛탱이’가 갔다고 하면서 그것을 롤모델로 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전혀 틀린 지적이 아닐 수 있지만, 이 말에 신뢰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1. 맛탱이가 안간 진보정당을 만들어 도전하던가 2. 전선체를 만들어 혁명을 꿈꾸던가 해야 하는데, 브라질의 룰라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앞의 1, 2 모두를 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그저 일만 하던가, 꼰대 노릇을 하고 있다. 이는 말에 신뢰성이 없다는 것, 즉 핑계를 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전위원장들 중 그 누구가 출마해도 지금 당장 당선되기 어렵다. 필자가 이것도 모르면서 전위원장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전위원장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쓰면서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노동자정치세력화, 노동해방, 세상바꾸기 로드맵>을 다시 꺼내들어야 하고, 그것을 전위원장들이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함이다. 노조활동은 <경제주의, 조합주의>로 하고, 노조에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정당이어야 할 진보정당을 찾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자본주의를 유지, 재생산하는 데 골몰하는 보수정당 ‘더불어 민주당’을 찾아다니는 행태가 지속되어서는 우리 노동(조합)운동에 미래는 없다.


이제 우리 전위원장들이 룰라처럼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우리의 노동(조합)운동을 이끌어갈 시기이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대통령 당선’은 <세상바꾸기>의 상징적 표현이다. 노동조합이 이런 방향을 갖고 있어야 <진보정당의 우편향>과 <분열>을 바로잡을 수가 있다. 노동해방이란 것을 민주노총의 강령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게 아니라 현실화 시킬 수 있다. 


필자는 우리의 전위원장들이 룰라보다 역량이 부족하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부족한게 아니라 안하는 것일 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