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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당 구하기

공계진/시화노동정책연구소
금속노조연구원   |  

노동자들이 만든 진보정당, 민주노동당

 

민주노총은 설립하며 노동자정치세력화를 내세웁니다. 그 목표에 근거하여 민주노총은 2000년 1월 30일, 민주노동당을 창당합니다. 그리고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0명의 의원을 당선시키고 당당히 국회에 입성합니다. 그 10명 중에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권영길, 단병호, 1979년 박정희 정권을 몰락으로 이끈 YH노동조합 전위원장 최순영, 민주노총 지도위원 천영세, 금속노조 사무처장 출신 심상정, 노동운동가 노회찬 등이 포함됩니다. 당시 단병호 전위원장은 노동자들이 국회로 입성하는 것에 감동하여 눈물을 짓습니다.

 

국회로 입성한 노동자들은 비록 소수이지만 눈부신 활동을 합니다. 노동자들을 위한 법안을 발의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한편으로는 민주노총 등 대중조직들과 함께 투쟁하고, 또 한편으로는 민주당 등과 법안 통과를 위해 협상합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 민주노동당은 당원이 11만 명으로 늘고, 사회적으로 그 위상을 높여냅니다. 민주노동당을 만들고 배타적 지지를 선언한 민주노총도 같이 위상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이대로 쭉 가면 노동자들의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키우게 됩니다. 즉,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들의 희망이었습니다.

 

분열과 위기

 

그렇게 잘 나가던 민주노동당이 분열이라는 못된 것에 직면하며 휘청대기 시작한 것은 2008년입니다. 2006년 하반기에 발생한 당내 문제해결에 이견을 보이던 민주노동당은 2008년 2월 분당을 하게 됩니다. 분당은 진보정당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라는 두 개의 당으로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두 개로 쪼개진 진보정당은 2008년 4월 총선에 임합니다만 분열의 결과는 혹독하여 민주노동당의 의원은 정확히 반으로 줄고, 진보신당은 의석 확보에 실패합니다. 이런 혹독한 분열의 후과를 받아든 진보정당들은 다시 단결을 모색하게 됩니다. 그 결과 2011년 12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탈당파, 국민참여당이 합쳐져서 통합진보당을 만듭니다. 이때 진보의 색깔이 약한 국민참여당이 진보진영에 참여하고, 진보신당 잔류파들은 노동당을 만들게 되면서 복수의 진보정당 시대는 지속됩니다.

 

2012년 4월 총선서 통합진보당은 총 13석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통합진보당은 비례후보 부정선거 문제로 내홍을 겪다가 또다시 분당하게 됩니다. 분당의 결과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이라는 복수의 진보정당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노동자들은 이때부터 진보정당에 대한 희망을 접기 시작합니다. 만국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는 구호에 잘 표현되어 있듯이 노동자들에게 단결은 진리 중의 진리인데 이 원칙에 충실해야 할 소위 진보정당이 단결을 두 번씩이나 헌신짝처럼 버린 결과입니다.

 

두 번째 분열의 후과는 첫 번째보다 더 혹독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국가폭력에 의해 강제해산 당하게 됩니다. 이때 분열의 후과로 진보정당에 대한 희망을 접은 노동자들은 통합진보당을 구하러 나서지 않았습니다. 통합진보당에서 분열한 세력은 정의당을 창당합니다. 이 정의당에 잔류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국민참여당 계열인데요, 이 후과는 역시 컸습니다. 국참당과의 동거에 들어간 정의당은 민주당에 기대 비례의원 당선에 집중하면서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가기 시작합니다. 해산당한 통합진보당 세력은 진보당을 창당하며 진보정당의 길로 나섰지만 국민적 지지는 싸늘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정의당과 진보당이 진보정당의 분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단결을 모색하기보다는 서로를 불신하며 노동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는 것입니다.

 

민주노총의 진보정당 구하기

 

2023년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진보4당이 테이블에 앉습니다. 테이블이 차려진 이유는 2024년 총선에서 단일한 대응을 위해서입니다. 왜냐하면 진보분열 후 진보정당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매우 낮아서 이대로 가면 모두 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의 단결과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연합실현을 위한 총선방침을 채택합니다. 여기서 민주노총은 ‘조직내외의 다양한 진보적 가치와 지향을 존중하며 진보정치세력의 연대연합 실현과 단결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진보정당과 신뢰와 합의로 연합정당건설에서부터 정책연대, 후보단일화, 공동선거운동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총선 공동대응을 적극 추진한다’고 선언합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친자본 보수양당 지지를 위한 조직적 결정은 물론이고 전현직 간부의 지위를 이용하여 친자본 보수양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강력한 내용의 결정도 합니다.

 

그리고 9월 13일 민주노총과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의 대표자들은 연석회의를 하고 4개항에 이르는 합의를 하였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2024년 총선에서 진보정치 세력의 연대연합실현을 위해 민주노총 총선방침을 존중하며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총선공동대응 논의를 진행할 것임을 확인합니다.

 

여기까지는 희망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진보정당들은 하나로 모여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정의당은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4당의 선거연합당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정의당과 녹색당만 녹색정의당이란 선거연합당으로 모였을 뿐입니다. 관건은 진보당이었는데, 진보당은 진보쪽하고의 선거연합당 결성을 추진하지도 합류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에 합류하기로 결정합니다. 민주노총이 어렵게 총선방침을 결정하고 진보4당의 선거연합당 또는 공동선거대응을 추진하며 진보정당들의 단결을 추진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단결이 아닌 분열을 택한 진보정당들. 또다시 진보정당운동은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410 총선판에 유일하게 남게 된 진보정당은 녹색정의당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진보4당의 선거연합을 통한 민주노총의 진보정당 구하기는 일단 실패했습니다. 이제 410 선거판에 진보의 이름으로 선거를 온전히 치 수 있는 곳은 녹색정의당만 남았습니다. 왜냐하면 노동당은 금번 선거에서 의석확보에 중심을 둔 선거를 하지 않을 것이 예상되고, 진보당의 경우 비례선거는 민주당이 만든 위성정당에 들어가 치루기 때문에 비례에서는 진보당을 내세울 수 없고, 지역선거에서만 진보당 이름을 내걸고 선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민주당의 위성정당 참여를 거부한 녹색정의당은 험난한 길을 가야합니다. 왜냐하면 위성정당 참여거부로 녹색정의당에 대한 온갖 비난과 압력을 받아야하고,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의 교차투표(지역은 민주당, 비례는 녹색정의당)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진보당 역시 험난한 길을 가야 합니다. 위성정당 참여로 의석 확보의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진보의 가치를 포기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고, 민주노총의 지지를 받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민주노총은 총선방침에 ‘친자본 보수양당 지지를 위한 조직적 결정은 물론이고 전현직 간부의 지위를 이용하여 친자본 보수양당을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는데, 그 방침에 근거할 경우 민주노총은 민주당이라는 보수양당의 한축과 함께하는 진보당을 지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각주에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친자본 보수정당과 위성정당’이라고 명시했기 때문에 그런 위성정당에 참여한 진보당 지지는 명백히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금속노조 조합원은 다가올 410 총선시 어느 정당에 투표하며 진보정당 살리기에 나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나 조합원이라면 그 고민은 간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민주노총의 총선방침에 근거하여 투표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보정당의 발전의 견지에서 투표해야 합니다. 어느 당이 진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길을 선택했는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 노동자들에게 진보정당과 진보의원들이 있고 없는 것은 천양지차입니다. 진보정당이 살고, 진보의원이 있을 때 노동자들의 사회정치경제적 지위도 올라갑니다. 이는 우리 노동운동사를 보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