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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으로 인한 지방소멸과 제조업 쇠퇴

김성혁 /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 원장
금속노조연구원   |  

1. 저출생의 문제점

 

저출산(아이를 낳음) 용어가 아이를 적게 낳는 주체에 초점을 둔다면, 저출생(세상에 나옴)은 출생인구가 줄어드는 사회구조를 강조하므로, 인구감소의 책임이 여성이 아닌 성차별적 사회구조에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최근 가치 중립적인 저출생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명으로 OECD 평균 1.6명, 일본 1.3명보다 훨씬 낮다. 심각한 것은 1960년 6명이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21년 0.8명으로 하락한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데, 2024년은 0.6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생 현상이 계속되면 한국은 초고령화로 복지와 의료서비스 부담은 증가하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세수는 줄어들어 재정적자가 구조화되며 노동력 부족, 인구이동과 지방소멸, 소비 저하로 내수산업 침체 등 사회문제가 발생하여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한 일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예견된다.

 

2. 저출생과 지방소멸

 

청년층 인구의 수도권 이동으로 2023년 말 인구의 50.7%가 수도권에 거주하며, 지방은 인구감소로 소멸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전체 시·군·구 중 80%(183곳)에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한국고용정보원(2022년)은 시·군·구의 절반을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석하였다.

 

고부가가치 산업(제조업 본사, 연구개발, 법률·의료·회계, 대규모 서비스산업)과 대학의 수도권 편중으로 좋은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찾는 청년들의 지역 유출이 지속되고 있는데, 수도권 출생률 저하는 이를 가속하고 있다(서울 합계출산율 2023년 0.55명)

 

지방은 생산가능인구의 유출로 인해 지방재정 등 자립 기능을 상실하고, 산업과 일자리 기반도 위축되고 있다. 지역인재와 인력이 빠져나가고, 지방대학도 소멸하면서 산학연관이 붕괴하고 있으며, 폐교와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3. 저출생과 제조업 쇠퇴

 

그동안 지방은 국가정책으로 중화학공업을 육성하여, 제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였지만, 철강, 자동차, 조선, 화학, 기계 등 남성 위주 산업이 대부분이어서 취업 기회가 봉쇄된 여성들의 유출이 지속되었고, 최근에는 제조업 쇠퇴와 비정규직 증가로 남성들의 유출도 늘어가고 있다. 젊고 고학력인 계층은 새로운 기술변화에 적응하면서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이동하여 고숙련 일자리를 얻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저학력인 계층은 현재보다 생산 위계가 더 낮은 하도급업체로 하향 이동하거나 플랫폼 등 불안정노동으로 전환하면서 탈 숙련의 길을 걷고 있다. 이처럼 지역 제조업 쇠퇴와 인구 유출은 노동시장 양극화와 직결되어 있다.

 

지역 노동시장은 대기업 공장을 중심으로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생산체계가 구축되어 있는데, 대기업 공장은 정규직 중심이지만 계열사와 납품업체 등은 다단계 하청구조로 비정규직이 확대되고 있었다.

 

2000년에서 2010년대 중반까지는 중국 효과, 반도체·자동차·조선업 호황 등으로 한국의 수출주도성장이 유지되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중국의 기술 자립화’, ‘조선업 불황’, ‘사드 사태로 인한 대중국 수출 감소’, ‘자동화’ 등으로 한국에서 제조업 불황과 감원이 시작되었다.

 

제조업 불황으로 조선업에서 10만 명이 해고되었고, 다른 업종들도 대기업의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 또는 간접고용 등으로 불안정노동을 늘렸다.

 

통계청의 제조업 종사자 수를 보면, 2015년 46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감소하여 2021년 436만 명으로 6년 사이 24만 명이 줄어들었다, 2023년 446만 명으로 다시 늘었지만, 이는 이주노동자 10만 명을 도입한 효과이며 내국인의 감소는 지속되고 있다. 반면 플랫폼노동 종사자 수는 계속 늘어나 2022년 79만 5천 명을 기록하였다(고용정보원).

 

이처럼 저출생은 ‘지방대학 폐쇄와 산학연계 붕괴로 제조업 기반 약화’, ‘지역의 좋은 일자리 감소 및 불안정한 일자리 증가’, ‘인구 유출 및 이주노동자 증가’ 등을 초래하여 지방소멸과 제조업 쇠퇴에 영향을 주고 있다.

 

4. 저출생 문제의 해법

 

저출생 원인은 일자리, 주거, 교육, 여성 차별(저임금, 돌봄 독박), 불평등 등으로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상실하여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결과이다.

 

저출생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는 다시 노동력 부족, 세수 감소, 노인복지와 의료서비스 부담 상승, 지방소멸 등으로 양극화를 불러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힘은 ‘저출생 해결을 위해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 ‘육아기 유연근무 정착’, ‘늘봄학교 혁신’, ‘지역 간 돌봄 격차 해소’에 이어 ‘세 자녀 가구 대학 등록금 면제’, ‘결혼·출산·양육 정부 지원에서 소득기준 폐지’ 등을 내놓았고, 민주당은 ‘결혼·출산·양육해 드림 패키지(출생·아동수당)’, ‘돌봄서비스 국가 무한책임’, ‘여성경력단절 방지 및 남성 육아휴직 강화’, ‘지자체 협력형 초등돌봄 학교 도입’ 등을 제시하였으나 선거용 선심성 내용이 많고 불평등한 구조 개혁의 근본 해법은 미흡하다.

 

한국의 저출생 현상은 청년과 여성이 ‘일과 노동의 양립’, ‘삶의 질’ 등에서 미래의 행복을 전망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이는 출산 수당 등 미시적 방법으로 해결될 수 없다. 저출생 문제의 해법은 ‘안정된 일자리 보장’, ‘주거·돌봄 서비스 국가책임’, ‘입시경쟁 교육개혁’, ‘성별 임금차별 해소’ 등 불평등 사회의 근본적인 개혁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