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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의 ‘이중전환’과 정책적 과제

이문호/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금속노조연구원   |  

자동차산업은 대전환기에 놓여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탈탄소화’와 이른바 4차산업혁명이라 일컫는 ‘디지털화’가 핵심동인이다. 이 두 개의 동인이 지금의 대전환을 일으킨다는 의미에서 ‘이중전환’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근대적 자동차산업이 태동 된 지 140여 년 이래 가장 큰 변화다. 제품, 연구개발, 노동 및 생산과정, 서비스 부문 등 자동차산업의 전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현재 가장 많이 얘기되고 있는 것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다. 최근 전기차의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기존의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으나, 이러한 일시적인 수요 변동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탈탄소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며, 전기차는 이를 실현하는 수단이자 미래의 경쟁력이다. 따라서 내연기관차의 유지 또는 종말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기차의 구매 욕구를 높이고 진정한 친환경차가 되기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 빨리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며,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 배터리 가격을 낮추기 위한 기술 개발 등에 적극적인 투자가 요구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2021년 금속노조와 그린피스가 공동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완성차 노동자들의 대부분(82.1%)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에 공감한다고 대답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문제는 중소부품사들이다. 자본과 기술력이 있는 재벌기업과는 달리 중소부품사들은 이중전환에 낙오되지 않을까 매우 불안해한다. 산업전환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위험성이 높다. 중소부품사들은 지금 다음과 같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첫째, 전통적 경쟁력 요소인 생산성과 품질 향상에 대한 원청사로부터의 압력은 지속된다. 게다가 원청사는 자신의 막대한 전환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부품사에 대한 단가 인하 압력(이른바 ‘CR’)을 더 강화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둘째, 이러한 기존의 압력 위에 새로운 ‘혁신’의 압력이 가중된다. 즉, 전동화와 디지털화라는 이중전환에 대응하는 제품과 사업모델의 혁신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품사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셋째, 탈탄소화에 대한 압력이다.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원청사의 탄소 저감 정책은 공급망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지 못하면 수출이 막히고 공급망에서 퇴출되기 쉽다.

 

현재 중소부품사들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볼 때 이러한 삼중고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이들은 혁신과 전환 대신 지금까지 해왔던 비용절감 전략만을 강화하고 있다. 결과는 도급 또는 외주화가 확대되면서 정규직은 줄고 비정규 불안정 노동이 증가한다. 그러나 이는 개별 기업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 중소부품사의 혁신역량(자본과 기술력)이 갖춰져 삼중고를 이겨낼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동차 후진국에서 지금은 전기차 선두주자로 떠오른 중국의 경쟁력은 정부의 산업정책적 지원 때문이다. 이에 유럽과 미국 등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에서도 산업전환을 위한 보호주의와 정책적 지원책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도 중소부품사의 전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지원프로그램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중앙과 지역 차원에서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정책협의체를 구성하여 중소부품사의 기술적, 재정적 지원프로그램을 논의하는 독일의 경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전환도 시급한 과제다. 이미 탈탄소화 문제는 국내 부품사에 다가와 있다, 조향장치를 생산하는 한 부품사는 독일 BMW의 물량을 수주했지만 생산과정의 탄소배출 문제로 국내가 아닌 유럽 생산을 요구받고 있다고 한다. 유럽의 기준에 못 미쳐 ‘탄소국경세’를 물면 가격이 높아지고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을 못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외 물량이 늘어나도 현지 생산으로 대체되어 국내 산업과 고용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 국내는 산업공동화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또한, 노조 조직화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전환기에 도급 또는 자회사를 통해 생산을 외주화하는 경향이 더 많아지고 있다. IT나 전장품 등 신사업 부문의 업체들은 전통적인 자동차산업이 아니라 전기·전자, 화학 산업에서 진입한다. 이들은 대부분 무노조 사업장이다. 기존의 조직화된 부품사가 이들과 경쟁하게 되면 끝없는 양보교섭의 압력으로 자동차산업 전체가 하향 평준화로 가기 쉽다. 노조 조직화는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해 필수적이다.

 

‘고용연대기금’을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봄 직하다, 지금까지 노동자는 회사의 구조조정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갖지 못하고, 지난한 ‘투쟁’으로 맞서는 일만 반복됐다. 전환기에 사업 재편이 계속 늘어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산업 또는 지역적 차원에서 사회적 고용연대기금을 마련하여 직무향상이나 재고용 등 노동자 지원사업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정의로운 산업전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안산에서 한국와이퍼 공장 청산 이후 ‘안산 사회적 고용기금’을 설립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체 공급망의 국제적 연대도 노조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다. 최근 ESG 경영 또는 공급망 실사법 등으로 기업의 환경 및 사회적 책임이 공급망 전체로 확대된다. 이는 노조의 권력자원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국제산업노조 ‘인더스터리올’(IndustriALL)은 배터리 소재의 채굴부터 최종 조립까지 자동차산업의 전체 가치사슬을 조직하는 통합적 공급망 연대를 전략적 목표로 삼는다. 우리도 이와 같은 국제적 연대에 참여하여 다국적 기업의 환경적, 사회적 책임을 묻고, 전환기에 늘어나는 외투기업의 횡포를 막는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자동차산업은 20세기 산업화 시대에 노동운동의 메카였다. 이제 21세기 산업전환 시대에 새로운 노동운동의 기운을 불어넣어야 할 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