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룰라는 생각한다.
모두 아시다시피 룰라는 현 브라질 대통령입니다. 그런 룰라의 출신은 금속노동자입니다. 브라질의 구리선반,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일하던 룰라는 금속노조의 위원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룰라는 금속노조 위원장에 만족하지 않고, 브라질 노동자당(PT)을 창당(1980.2.10.)하고, 국회의원을 거쳐 브라질 대통령에 도전했습니다. 룰라가 노동자로서, 노동운동에 만족하지 않고 노동자 정치운동에 뛰어든 것은, 노동자들이 권력을 잡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 즉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대통령이 되기 위한 노력은 여러번 실패했지만, 굴하지 않는 투쟁심은 2002년 그를 브라질 대통령이 되게 했습니다. 그 후 그는 두 번의 연임 후 세 번째 대통령에 도전하여 현재 브라질의 대통령에 재직 중입니다. 룰라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재 노동자를 비롯한 민중들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도 금속노조가 있습니다. 이 금속노조는 2년에 한 번씩 위원장 선거를 하여 위원장을 배출합니다. 그래서 금속노조가 배출한 위원장들이 많습니다. 초기 금속노조 위원장들(전신인 금속산업연맹 포함)은 룰라로부터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들은 룰라처럼 세상을 바꾸려면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는 당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민주노동당 창당의 주역이 되었고, 금속산업연맹 초대 위원장 단병호는 국회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습니다. 그 후 수많은 위원장들이 배출되었지만, 그들은 룰라의 길을 가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이 되었던 단병호 역시 한 번의 국회의원 활동 후 노동자 정치에서 발을 뺐습니다. 이에 비례해서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은 약화되었고, 그것은 노동자들의 정치의식 약화로 연결되었습니다. 즉, 노동자정치세력화는 발전한 것이 아니라 후퇴했습니다.
노조와 진보정당은 세상을 바꾸는 양 날개입니다.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의 약화는 진보정당의 약화, 분열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2004년 10명의 의원을 국회에 보내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민주노동당은 내부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고 2008년 분당되었습니다. 다시 합쳐 만든 통합진보당은 2012년 또다시 분당되어 정의당과 진보당이 만들어졌습니다. 분열․분당은 진보정당의 세를 약화시켰고, 이는 국회의원수의 감소로 연결되었습니다. 정의당은 6석의 정당이 되었고, 진보당은 무의석 당으로 존재해야 했습니다. 또다른 진보정당인 노동당, 녹색당 등은 그 세가 매우 약했습니다. 진보정당들의 약화는 기존 노선의 약화 또는 왜곡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정의당에서는 노동중심성이 사라졌고, 위성정당 거부라는 마지막 선은 지켰지만 덕분에 원내진출에는 실패했습니다. 진보당은 원내진출을 위해 보수당인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합류, 진보의 가치를 훼손했습니다. 대신 진보당은 원내정당이 되었습니다만, 진보정당들은 이렇게 정체성이 훼손되며, 약화되어 갔습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켰습니다. 그 결과 윤석열은 2025년 4월4일에 파면되었습니다. 윤석열 파면을 위해 진보정당, 노동조합은 촛불투쟁에 적극 결합했습니다. 진보정당, 노동조합은 2016~7년 촛불을 반성하며, 촛불의 성과가 전적으로 민주당으로 귀결되어 몇 년 후에 다시 촛불투쟁이 발생하는 일은 막자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촛불투쟁을 사회개혁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대선을 민주당 출신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였습니다. 그런 대선을 만들기 위해 진보정당들과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사회대개혁연대회의를 구성하고, 대선 후보를 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위해 정의당 대표 권영국과 전 민주노총 위원장 한상균이 경쟁하는 대선후보 선출과정을 거쳐 권영국을 대선후보로 선출했습니다. 당명도 민주노동당으로 개명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다시 룰라를 생각합니다.
룰라가 기존 야당세력과 함께하는 길을 택해 브라질노동자당을 만들지 않았다면 어떻했을까요? 아마도 브라질에서 노동자당은 태동하지 않았을 것이고, 노동자당이 브라질 권력을 잡고 노동자 및 민중들의 위한 정치를 펴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브라질 노동자들은 아직도 미국과 자본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비인간적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아직도 곳곳에 널려있는 자본주의를 지양하는 정치는 엄두를 못내고 있을 것입니다. 룰라의 노동자당(PT) 건설과 독자적 정권교체는 브라질 노동자들이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았습니다.
룰라를 생각하며 작금의 상황을 진보재건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의 상황은 진보정당과 진보 전체에 기회입니다. 그래서 진보세력은 대선과 사회대개혁투쟁을 병행하며 진보의 재건을 노려야 합니다.
현재 노동조합도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진보정당이 분열을 거듭하는 것에 비례하여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소극화되었습니다. 그 결과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노동자들의 정치의식, 정치세력화는 후퇴했습니다.
이제 노동조합은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다시금 노동자 정치의식 고양, 노동자정치세력화의 길로 나서야 합니다.
정의, 노동, 녹색 등 진보정당들과 사회진보세력들이 함께 만든 민주노동당이 이번 대선에서 괄목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합니다. 아울러 민주노동당과 함께 사회대개혁투쟁에 올인해야 합니다.
여기서 끝내면 대선투쟁만 열심히 한 것에 그칩니다.
대선 후 민주노동당으로 모인 진보정당과 노동조합 및 제 사회세력은 흩어지지 말고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고 진보세력의 집권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노동조합은 세상을 바꾸는 또 다른 날개입니다. 대선 후 그동안 멈췄던 노동자 정치세력화 사업을 다시 추진해야 합니다. 조합원들의 정치의식을 높이는 정치교육을 부활시키고, 새롭게 건설될 진보정당의 당원으로 적극 가입해서 활동해야 합니다. 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브라질의 룰라를 롤모델 삼아, 스스로 진보정당의 지도자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나도 진보정당의 국회의원 아니 대통령이 되어서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하겠다”
라는 포부를 갖고 투쟁해야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