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칼럼 > 칼럼
칼럼
 

13기 금속노조를 되돌아보며

엄상진 / 금속노조 사무처장
금속노조연구원   |  

투쟁하는 금속노조 사무처장 엄상진입니다.

13기 임원 선거 출마를 결심하며 ‘과연 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 보다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선 뒤 겸손한 마음으로 현장의 동지들에게 힘이 되는 사무처장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만, 임기를 마무리하며 뒤돌아보니 부족함이 커 매우 아쉽습니다.

 

2024년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는 윤석열 날리고 모든 노동자를 위한 투쟁에 나서자고 결의했습니다. 금속노조 투쟁은 12.3 내란 사태를 맞으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내란 사태 즉시 임원·사무처 비상소집을 통해 태세를 정비하고, 국회 앞 투쟁 배치로 금속노조 깃발을 펄럭였습니다.

 

저항하라! 금속노조는 선봉에 선다. 금속노조 성명은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금속노조가 시민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금속노조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에 유일하게 복무한 조직입니다. 노동중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투쟁본부 가동을 통해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금속노조의 노력은 선언에 거치지 않았습니다.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으로 마침내 법 개정을 이뤄냈습니다. 우리 금속노조가 무척이나 자랑스럽습니다.

 

큰 산을 타고 넘었지만, 금속노조 내 산적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산별교섭의 강화 문제입니다.

금속노조는 2001년 창립 이전부터 산별교섭을 준비했습니다. 3만 조합원 분투기를 지나 15만 산별교섭 성사를 위해 투쟁을 배치하고 자본을 압박하는 투쟁을 힘있게 전개했으나 대자본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더 큰 산별교섭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교섭 모델도 시도 하였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현재 70여 사업장 18,0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중앙교섭에 현장에서 많은 의문을 가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임금, 노동시간, 안전 등 기업별 격차 해소, 비정규직 철폐 등 차별철폐를 포기할 수 없다면, 산별교섭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금속노조는 산별교섭 법제화를 대정부 요구안으로 확정했습니다. 금속노조 창립 24년! 격변의 시기마다 푸른 깃발 움켜잡고 시대를 주도했던 금속노조입니다. 사업장 울타리를 넘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 큰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고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포기하지 맙시다. 현장과 함께 힘을 모아 대안을 찾겠습니다. 산별교섭 쟁취는 언제나 우리의 첫 번째 과제입니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가 절실합니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원하청 구조 문제 해결을 위해 안 해본 투쟁이 없습니다. 극한 투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폭로했지만, 차별은 더 공고해 지고 있습니다. 노조법 2조 개정으로 원청교섭 길이 열렸지만, 이재명 정부는 시행령으로 개정법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와 자본의 탄압을 이겨내고 차별과 혐오가 판치는 노동 현장을 바꾸기 위해서, 조직화가 중요합니다. 더 많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와 함께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과 진단이 필요합니다. 30년간 외쳐온 차별철폐라는 이상을 한순간도 놓을 수 없습니다.

 

금속노조에는 투쟁하는 동지들이 있습니다.

자본의 착취와 탄압에 못 이겨 민주노조를 만들었더니, 자본은 어용 복수노조를 만들어 노동권을 박탈합니다. 소수노조로 전락해서 교섭도 못 하고, 탄압으로 공장 밖으로 쫓겨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금속노조 푸른 깃발을 놓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는 우리 동지들이 있습니다. 끝까지 깃발을 붙들고 있는 우리 동지들이 더 당당하게 투쟁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숙제만 남겨두고 가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14기 집행부의 과제로 남기고 현장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14기 집행부를 중심으로 더 힘차게 단결하고 투쟁하는 금속노조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금속노조 조합원 엄상진! 언제나 금속노조 조합원이라 자랑스러웠습니다. 언제나처럼 투쟁의 선봉 금속노조 조합원으로서 의무와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2년 부족했습니다. 이제 현장에서 조직에 복무하겠습니다. 믿고 함께해주신 모든 동지께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