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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자료집]시그네틱스 정리해고, 무엇이 왜 문제인가?

금속노조연구원   |  

정규직 0%, 꿈의 공장 영풍그룹 노동자 증언

 

시그네틱스분회 분회장 윤민례

 

 

시그네틱스 여성노동자 28명은 지난해 7월 14일, 전원이 해고되었습니다. 2001년 공장이전 투쟁의 과정에서 조합원 전원이 해고되고, 2007년 그중 복직되었던 28명 조합원 전원에게 찾아온 두번째 해고였습니다.

현재 저희 시그네틱스 해고자들은 부당한 해고에 맞서 해고무효소송을 진행중에 있으며 서울, 안산, 파주 등에서 영풍그룹과 싸우고 있습니다.

 

시그네틱스는 1966년 미국자본인 시그네틱스사가 한국에 공장을 세우고 반도체 제조를 시작한 반도체 어셈블리 및 테스트 전문기업입니다. 시그네틱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반도체패키지는 네비게이션, 핸드폰, 스마트폰과 각종 가전에 들어가며 고부가가치제품입니다.

1995년 미국자본이 철수하면서 거평그룹을 거쳐 2000년도에 영풍그룹이 인수를 했으며 시그네틱스 인수 후 영풍그룹은 코리아써키트, 테라닉스, 인터플렉스 등 관련 전자사업체들을 인수해들어가며 재계 서열 42위, IT업계에서는 전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여 왔습니다.

2010년 영업이익 196억, 2011년 반기영업이익이 149억원을 넘어서며 노동자들을 정리해고시키기 3개월 전인 2011년 4월에는 파주공장에 대규모의 시설투자를 하고 신규인력을 채용하였습니다.

 

회사는 저희를 해고하면서 본사인 파주공장과 안산공장은 분리되어있으며 안산공장의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으나 이는 거짓말인 것이 여러 정황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현장 조합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우선 파주와 안산은 자유로운 인사이동이 진행되었으며 안산공장의 공장장, 부사장, 인사부장등은 파주본사나 협력업체의 이사 출신입니다.

또한 파주와 안산은 물량도 오고 갔으며 각 공장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REWORK(수리)작업도 상호 인력 지원을 통해 해결하였습니다.

또한 안산의 급여명세서 등 모든 서류가 파주에서 왔습니다. 2007년 복직한 금속 조합원들에 대해 조합비라며 일방적으로 임금이 공제되어 나오자 경리 담당자가 파주로 연락한 후 수정될 것이란 대답을 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휴가일수가 명세서에 잘못 기재된적이 있을때에도 직접 파주공장에 연락해 수정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시그네틱스 안산공장 노동자들 전원을 해고한 배경에는 영풍그룹의 ‘정규직 제로’ 인력운영 방향이 있습니다. 시그네틱스 파주공장은 생산라인 전체가 사내하도급화되어 있으며 이는 영풍그룹 계열사인 영풍전자, 코리아써키트, 테라닉스, 인터플렉스도 다르지 않습니다.

시그네틱스 안산공장은 2009년 퓨렉스라는 사내하청이 들어온 후 2010년이 되면서 물량이 퓨렉스로 대량 이동하였으며 2010년 사내에 유앤씨라는 또다른 사내하청을 설립하면서 시그네틱스 간판을 철수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전원을 정리해고 하였습니다. 유앤씨의 대표는 저희와 교섭을 진행하였던 시그네틱스 부사장 한정호였습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시그네틱스의 정리해고는 경영상 어려움에 의한 것이 아닌, 생산라인 전체를 도급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의도적 해고인 것이 명백한 것입니다. 시그네틱스 회사는 퓨렉스와 유앤씨가 새로이 설립되었고 시그네틱스와는 무관한 독립사업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또한 거짓인 정황들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시그네틱스 본사와 안산공장내 퓨렉스의 컴퓨터 전산망과 제품 작업 카드가 함께 사용되고 있으며 제품 역시 한 공장 내에서 혼용하여 생산해 왔습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시그네틱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풍그룹의 불법적인 위장사내하도급은 비단 시그네틱스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데에 있습니다.

제보에 따르면 영풍그룹 계열의 A사에서 6년째 일하고 있는 한 여성노동자는 같은 라인에서 같은 일을 6년째 하고 있는데 소사장업체(현장에서는 사내하도급업체를 통상 소사장이라 부름)나 업체의 사장(소사장)은 1, 2년 마다 바뀌고, 반복되는 재계약 과정에서 고용의 불안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법적신분은 정규직이지만 변칙적으로 또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 영풍자본인 것입니다.

또한 지난해 9월 국정감사를 통해 영풍그룹 5개 계열사의 사내하도급 운영실태가 조사되었지만 ‘경영이 독립적임’, ‘작업, 인사관련 운영이 독립적임’이라는 보고서가 제출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내부 제보에 따르면 노동부가 조사사실을 통보한 이후 2주간 작업지시서, 관리계획서, 심지어는 하도급 업체의 명칭(간판)까지 바꾼 사실이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와같이 시그네틱스 정리해고는 영풍자본의 정규직 0(제로) 공장을 완성해나가는 종착점입니다. 영풍그룹의 5개 IT 계열사에는 6천명이 넘는 생산직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신분은 영풍그룹의 정규직이기도 하고, 영풍 사내하청의 정규직이기도 하고 사내하청의 파견노동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풍그룹의 수천억의 영업이익은 실제로 영풍그룹에서 일하는 6천명 노동자들의 불안정고용을 확대시키고, 착취를 강화하면서 얻은 것입니다.

우리 시그네틱스 해고 노동자들은 시그네틱스의 정리해고가 정규직 없는 공장을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투쟁을 통해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며 영풍그룹은 사회적 책임성이 결여된 이와같은 경영방식을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