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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이후 기업조직 변화에 관한 연구

경제 위기 이후 기업조직 변화에 관한 연구


-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황현일 정책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


  


  


1. 노동조합의 기업 연구


  


오늘날 우리 시대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은 누구일까? 정부, 정당, 군대 등 여러 집단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집단이 있으니 그것은 기업이다. 자본주의의 등장 이후 기업이 사회를 지배해 왔다는 주장은 그리 낯선 것은 아니다. 특히 1970년대 전반적인 세계적 경제 위기를 겪은 이후 기업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를 두고 현대 사회를 ‘조직 사회’(Perrow, 1991) 혹은 ‘기업 사회’(김동춘, 2006)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는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제까지 노동조합이 주로 대처하는 상대는 바로 기업이었으며, 따라서 노동조합의 많은 연구 과제 또한 기업에 집중되어 있었다. 1990년대 전후 노동조합의 주요 과제 중의 하나는 신경영전략에 대한 대응 방안의 도출이었다. 당시에는 신경영전략이 무엇인지 그리고 신경영전략이 노동조합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졌다. 노동조합이 다룬 연구의 대상들은 IMF 구조조정 이후에도 사실상 큰 변화가 없었다. IMF 위기가 왔다고 해서 또 다른 신경영전략이 도입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지 IMF 위기는 기존의 신경영전략을 보다 현실화‧가속화하는 구실을 제공해 주었다. 


90년대 한국에서 주로 진행되었던 ‘신경영전략’에 대한 연구들은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유연전문화’(Piore and Sable, 1984) 또는 ‘포스트포드주의’(Hirsh, 1985) 또는 ‘린 생산방식’(Womack, et al., 1990) 등이 그것들인데, 이러한 용법들은 접근하는 학자들에 따라 좋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나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양한 표현 그리고 다양한 가치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명칭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 공통점이란 대상의 공통성에서 기인하는데, 다시 말해 신경영전략이든 유연전문화든 그것이 행사되는 대상은 기업, 그것도 단일 기업이라는 공간이었다. 예컨대 이러한 명칭들은 현대중공업의 신경영전략, 현대자동차의 유연전문화와 같은 식으로 특정한 단일 기업 내에서 전개되는 생산 방식 혹은 작업 조직 등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주로 단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다보니 그 대응 방안도 주로 단일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제시되곤 하였다. 예를 들어 인수범 외(1994)의 연구는 작업조직 변화에 대응하는 노동조합의 정책 과제로 작업장 교섭의 제도화와 대안적인 숙련 개발 시스템의 구축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은 단일 기업에 위치하는 노동조합들이 제기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노동과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이슈들은 단일 공장 차원의 문제를 뛰어 넘고 있다. 노동 문제가 단지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이전부터 인식되는 것이었지만, 그것이 구체적이고 전반적인 문제로 확장되었던 것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비정규직의 문제가 더 이상 덮어두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그리고 신경영전략의 결과 더욱 악화된 불합리한 원하청 구조가 드러나면서, 그리고 기업별 차원의 노동조합의 대응이 계속 힘을 잃게 되어 가면서, 이제 하나의 사업장에 한정된 노동조합 운동은 그 미래를 더 이상 보장받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동조합이 상대하는 ‘기업’이 무엇인지를 환기하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일 터이다. 이제까지 노동 관련 연구들의 관심사들이 어떤 단일 기업 내에서 벌어지는 작업 조직의 개편이나 노사관계의 양상에 몰려 있었다면, 최근에 주목받는 지점은 단일 기업을 넘어선 지점에서 발생하는 변화들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외주와 하청의 증가는 비정규직의 경쟁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원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또한 악화시키는 조건이 되고 있으며, 해외직접투자의 증가는 국내 물량을 해외 현지로 이동시킴으로써 국내 산업의 공동화라는 조건들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외주, 하청, 해외생산이전은 특정 단일 기업의 영향력이 축소된다는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원청 기업의 규모가 외주, 하청, 해외생산이전을 통해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그들이 가지는 권력을 더욱 커지는 경향이 있다. 원청은 이전에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나 노조의 영향력으로부터 더욱 자유로워지면서도, 원청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바탕으로 하청 기업이나 해외 현지 기업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 때문에 우리가 기업을 연구한다고 했을 때 그 대상은 특정한 단일 기업이 아니라 ‘기업간 관계망’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간 관계망’은 한편으로는 원하청 구조를 포괄하는 개념일 수도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대규모 기업집단을 지칭하는 개념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 어떤 하나의 이름으로 지칭되는 기업이 아니라 다양한 사업 활동으로 이루어진 기업들의 복합체라는 점이고, 노동조합의 대응과제 또한 이를 기반에 두고 도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하 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