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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계급적 성격. 2011년 예산에 주목하자.

금속노조연구원   |  

 국가의 계급적 성격. 2011년 예산에 주목하자.


                                   - 노동부 예산을 중심으로



                                                   이상동 정책연구원 자문위원(새사연 연구팀장)



1. 들어가며


2011년 정부 예산요구안이 발표되었다. 최근 2년 동안 정부 예산에 대한 관심은 이전에 비할 바 없이 높아진 바 있었는데, 이는 경제위기 과정에서의 고통 전가와 소득 분배에 있어 사실상 국가가 유일한 행위자였기 때문이었다. 2010년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패닉 현상은 잦아지고 다시 경제회복과 고용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노동계의 예산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 예산이 국가의 계급적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노동계의 예산 투쟁은 오히려 더욱 강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가 커다란 구조적 결함을 노정함에 따라 이후 새로운 정치경제 질서가 구축되기 시작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때야말로 새로운 질서에 개입할 시기인 것이다.

이 글은 정부 예산, 특히 노동부 예산의 구조를 확인함으로써 노동계가 이후 예산투쟁을 어떠한 방향으로 접근해 갈 것인지 고민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참고로 지난해 노동관련 예산구조 또한 확인한다. 지난해 상황을 재확인함으로써 올해 예산투쟁의 깊이를 더하고자 함이다.



2. 한국 정부예산구조의 주요 특징


ㅇ “작은 정부”, 사회지출 확대의 제약으로 작동


- 2011년 정부 예산요구안의 총 지출규모는 309.6조원에 이르렀다. 정부는 내년 예산의 목표를 ‘서민희망⋅미래대비’로 두고 재정건전성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가부채의 급증이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고 우리나라의 정부부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재정운용의 주요 목표가 되고 있다.


- 그러나 한국 정부예산의 가장 큰 특징이자 문제점은 수지 이전에 규모에 있다. 사회(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정부의 사회정책적 역량을 강화시키면서 GDP 대비 예산규모를 키워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예산 규모는 GDP 대비 30% 수준에 머물러 있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규모에 불과하다.


- GDP 대비 우리나라의 예산규모는 유로지역과 비교해 15%p 이상, OECD 국가 평균과 비교해도 10%p 이상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사회지출 재정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총 규모에서의 제약에 근본 원인이 있다

 


 

ㅇ 조세부담률의 빠른 상승? 여전히 낮은 조세부담률


- 한편, 매년 각종 매체는 국민 1인당 조세부담액을 기사화하면서 국민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자극해 왔다. 이는 조세 납부 저항을 유도하는 것이며, 국가의 적극적 재정지출 정책을 저해하는 사회적 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 그러나 조세부담률을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에 있다.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조세부담률은 21.0%이며, 이는 재정수지를 감안했을 때 더 낮아진다.


- 물론 수 년 동안 조세부담률이 빠르게 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사회적 변화로 인한 자연증가의 영향이 크며, 재분배와 관련되는 사회보험료의 상승 영향이 크다. 단순히 빠른 증가세만을 문제삼은 것은 오히려 ‘감세 정책’에 정당성을 줄 수 있다.


 

ㅇ 낮은 직접세 비중, 조세의 재분배 기능 미약


- 노동 진영에서 정부 예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는 ‘재분배 기능’이다. 정부의 재정운용에서 재분배 기능의 대표는 조세제도라 할 수 있다.


- 조세가 재분배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누진적 조세제도가 발달하여야 한다. 대신에 비례적 조세 또는 역진적 조세의 비중이 클 경우 재분배의 기능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누진적 조세는 주로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등의 직접세에 적용된다. 따라서 직접세의 비중을 높이고 간접세의 비중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 아래 표는 최근 30년 간의 국세 수입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IMF 직후인 1998년 이후 소득세의 비중이 경향적으로 감소하는 것이 발견되고 있다.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감세 정책의 효과가 현실화되는 시점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


- 우리나라는 2007년 현재 직접세의 비중이 58.7%로 집계되고 있다. 직접세의 비중을 확대하고, 이와 함께 누진적 성격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ㅇ 국가 재정의 재분배 기능, 사회보장제도와 교육 지출에도 주목해야 




- 잘 알려져 있듯이 재분배는 ‘사회(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서 시장 메커니즘을 보완, 또는 교정하기 위해 사용한다. 각종 조세제도와 함께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온 재분배 제도에는 사회보장제도가 있다.

- 사회보장제도는 ‘사회지출 항목’으로 정부재정 통계에서 파악되며 사회보험과 공적부조를 중요한 재분배 수단으로 사용한다.


- 또 하나. 조세와 사회보장 이외에 실질적으로 소득과 부의 분배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교육으로 조사되고 있다. 교육의 기회 불평등으로부터 노동능력과 인지능력의 격차를 발생시키고, 교육의 선별적 계급재생산으로부터 이 격차가 소득과 부의 획득 격차를 구조화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 관련 예산에 이전과는 다른 ‘특별한 주목’이 요청된다.


- 우리나라의 교육분야 지출 비중은 2007년 현재 전체의 13% 수준에 불과. (참고: 2011년 정부예산요구안은 교육 분야에 41.3조 원 배정)

3. 노동관련 예산구조의 주요 특징


ㅇ 각 부처별로 산재해 있는 일자리 예산


- 우리나라 예산의 세부적인 특징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겪는 가장 큰 애로점은 세부예산의 정책목표에 따른 분류가 대단히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 예컨대, 정부는 2011년 예산요구안을 발표하면서 12대 대분야 중의 하나인 보건.복지.노동 분야 지출이 내년에 86.3조원에 이르러 전체 예산 증가율보다 높은 6.2%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른바 ‘서민희망’ 예산이라는 이미지 제고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이다.


- 그런데 복지분야 지출에 주택예산 18조원이 포함되어 있다. 국제기준으로 삼고 있는 IMF 재정통계는 UN의 예산분류체계에 따라 주택예산을 복지지출로 간주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이미 5년 전부터 지적되어 왔으며, 올해에도 약 1/5~1/4의 복지지출을 의도적으로 부풀리기하는 행태가 되풀이 되고 있다.


- 한편 노동 관련 예산, 특히 일자리 예산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겪는 또 하나의 어려움은 전체 부처에 작은 규모의 일자리 예산들이 매우 자잘하게 산재해 있다는 점이다. 정책목표에 따라 일자리 예산이 총괄적으로 구성되지 못하고 부처별 이해관계에 따라 난립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 일자리 관련 예산의 총괄적 조정 및 관리와 관련한 사회적 기구가 필요하며 여기에 노동계가 참여하는 채널을 가짐으로써 ‘관료의 이해’가 아니라 ‘노동자의 이해’가 높아져야 한다.


ㅇ 직접적인 일자리 제공 예산이 대단히 미흡함


- 2009년 집행된 재정지원 일자리 예산을 확인해 보면, 직접적인 일자리 제공이 매우 빈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금융위기에 이은 고용 위기감이 매우 높은 시점이었음에도 직접 일자리 제공의 수혜자가 상당히 적었음을 의미한다.


- 당시 19개 부처⋅청에서 집행한 일자리 재정지원 예산은 직접 일자리 제공의 규모는 약 32만 명에 불과하고 인력 양성-각종 교육.훈련이 대표적임-의 규모는 430만 명 수준이다

ㅇ 고용보험이 고용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기능 




- 노동부 예산을 확인해 보면, 50%의 재원이 각종 기금으로부터 확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9년 현재 노동부 예산 중에 일반회계 예산은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 예산의 약 40%는 고용보험기금의 사업비이며 나머지 50%도 산재보험기금, 장애인고용촉진기금 등의 각종 기금이다.


- 이는 노동부의 고용 사업이 사실상 기금의 지원에 의해 실시되는 것을 나타낸다.


 

ㅇ ‘쌈짓돈’으로 전락한 고용보험기금


- 우리나라에서 고용정책의 일대 전환기가 된 것은 1993년 12월의 고용정책기본법과 고용보험법의 제정. 공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고용보험법은 1995년 7월 1일 시행되면서 전통적인 실업급여 뿐만 아니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수단인 고용안정사업, 직업능력개발사업을 포함하여 소극적 노동시장정책은 물론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추진을 위한 재원의 상당부분을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고용보험기금의 조성에 대해서 살펴보면, 기금은 보험료와 고용보험법에 의한 징수금, 적립금, 기금운용수익금과 그 밖의 수입으로 조성된다. 일반회계의 재정 지원은 이 중에서 그 밖의 수입에 해당되며, 주로는 고용안정센터 등의 운영경비로 사용된다.


- 즉 고용보험기금이 수행하는 적극적노동시장정책과 실업급여사업에 대한 정부의 기여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순 수입 중 일반회계 전입금의 비율은 2007년 현재 0.25%에 불과하다.


- 일반회계의 지원이 전무하기 때문에 고용보험기금이 각종 예산 사업에 사용됨에 따라 ‘보험료 납부자’에 대한 역차별의 문제소지가 있다. 예컨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사업 가운데 다수의 사업은 불특정 국민들을 수혜의 범위 내로 들어오게 해야 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러한 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당연히 일반 회계에서 가져와야 한다. 그렇지 않고 보험료를 이러한 사업에 사용할 경우 보험 납부자에 대한 역차별 효과가 나타난다


4. 나가며 


내년 정부 예산요구안이 발표되자마자 각 정치세력들은 분주히 분석에 들어갔다. 분석이 어느 정도 끝나면, 주로는 국회를 중심으로 계급, 계층간 갈등과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노동계가 예산에 대해 보인 관심은 주로는 필요한 예산을 요구하는 형태의 것들이었다. IMF 외환위기와 최근의 글로벌경제위기 과정에는 일자리 예산 요구에 집중되곤 했다.

노동 진영은 예산 요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할 때라고 본다. 본문에서 간단히 언급한 바 있는 교육예산-재분배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예산-의 문제라든가 부처간 산재해 있는 일자리 예산에 대한 총괄적 개입 문제, 또는 고용보험기금 예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문제 등을 상정해 볼 수 있겠다.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문제들의 핵심은 국가 예산 전체의 ‘재분배 성격’에 있다고 본다. 재분배 성격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평가와 분석에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고용회복 분위기를 비판하면서도 어느새 우리는 (고용)예산에 대한 경각심을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예산이야말로 국가를 둘러싼 계급. 계층간 경쟁과 갈등의 공간이어야 한다.